[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웹진] 범상치 않은 동네청년들이 모였다!

어느 베스트셀러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했다. 4년 전 이맘때쯤 나왔던 그 책은 아직도 대형서점 진열대 위에 놓여 있다. 4년이 지났지만 이 시대의 아픈 청년들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반증일까?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아프면 환자지!’라며 청년이 아픈 걸 당연시하는 사회를 비꼬기도 했다. 언제쯤이면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자식이 충격 받을까봐 아예 병 자체를 쉬쉬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사회의 단면이 아닐까하는 불신마저 든다.

“버티면 언젠가 나을 수 있긴 한 건가요?”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어른이 되었던 기성세대들에게 이런 질문은 약해 빠진 투정으로 들린다. 따라서 청년을 치료해줄 의사를 만나는 건 노인들에게 진짜 효능이 있는 건강식품을 파는 약장수를 만나는 것만큼 요원하다. 그런데 어느 날 삼선 슬리퍼를 신고 아무런 기대 없이 동네 공터를 걷다가 청년약국을 발견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 증거 목록을 제시한다.




올해 5월 7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아이스 브레이킹’이란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해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 ‘청년약국’은 7월 26일 <홀로서기>라는 전시회를 끝으로 종료된 동네형들의 워크숍이다. 동네공터라 명명된 동네형들의 공간이 생기고 처음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다. 동네에 있는 청년들을 모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나누고 예술작품으로 풀어보는 작업이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승화’라 부르며 가장 성숙한 방어기제라 풀이한다. 개인적인 욕구를 자신이 처한 사회적 현실에 부합된 방식으로 실현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술이 경쟁을 심화시키거나 같은 청년들을 공격하지는 않으니까. 이처럼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민이 모임 안에서 그치지 않고 전시회로 거듭나 많은 세대에게 이야기를 건넸다는 점에서 ‘청년약국’의 처방전은 효과적이었다 말하고 싶다. “약장수야 원래 말만 번지르르한 법.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그저 이야기나 들어주고 하고 싶은 것 해볼 마음 생기라고 박수나 쳐주었습니다.” 동네형들의 박도빈 프로그램 디렉터는 전시회를 끝낸 소감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예술과는 전혀 관련이 없던 청년들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박수가 가장 큰 힘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 무엇을 하더라도 남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칭찬이라는 것을 받기 힘든 요즘, 따뜻한 동네형들의 응원은 아주 잘 듣는 자양강장제이자 피로회복제였다.





각양각색의 재능을 갖춘 7명이 함께하는 동네형들의 활동을 한 분야로 규정해 달라는 부탁처럼 어려운 요구가 있을까? 그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활동을 하진 않는다. 처음부터 활동영역이 다른 활동가나 예술가, 청소년 교육 등을 해오던 사람들이 만나 모임을 결성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분야의 재능들이 모였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다방면에서 조명한 깊이 있는 프로그램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2011년 처음으로 모임을 갖고 2012년 같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속가능한 활동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마을에서 작업을 하고 프로그램이 끝나 활동영역을 옮겼을 때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건 피로회복제를 한 박스 마신다고 해도 버티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래서 각자의 고민을 모아 2013년 수유동을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이사를 오면서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예술을 재미있게 가져가자 했고, 문화를 따로 만들기보다는 마을 안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방안을 찾고자 했죠.”

그들은 활동을 시작하면서 마을에 숨어 있는 청년 찾기에 주력했다. 함께 김장을 담가 나눠먹기도 하고, 할로윈 파티를 열어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 그밖에 각자의 관심사에 맞춰 길고양이 커뮤니티 ‘묘묘’를 만들어 길고양이를 보살피고자 하는 청년들을 모으거나, 음식을 나눠먹으며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하는 청년들을 위한 강연 프로그램인 ‘활동가의 밥상’도 진행했다. 서로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마을과 문화, 예술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모았고 그 숫자는 40~50명으로 늘어났다. 그 중에는 동네형들처럼 마을에서 자신의 살 길을 도모하는 청년들도 생겼다. 그렇지만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고 사회란 벽에 부딪혀 도망치듯 마을로 들어오려는 청년이 있다면 듬직한 동네형이 되어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안 하는 게 좋아요.(웃음) 청년들이 참 애매한 시기인 거 같아요. 청소년을 벗어났지만 완전히 독립된 성인이 된 건 아니잖아요. 마을에서 살기 위해선 자기가 확실한 콘텐츠를 갖고 있어야 해요. 그 콘텐츠를 지역 안에서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과 거기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시작하기 어려워요.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나 시에서 지원해주는 건 부수적인 거예요. 지원을 떠나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해요.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하는 거죠. 열정과 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지만 막상 시작하면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좌절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어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요. 무작정 마을로 들어와서 객체로 움직이기보다는 주체가 되어 자기 역할을 찾아야 장기적인 마을살이가 가능하다고 봐요.”





동네공터는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저렴한 이용료로 이용이 가능한 오픈 플랫폼이다. 동네형들이 주최하는 요리파티나 영화상영, 강연 외에도 소모임이나 단체, 동아리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특정한 목적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에 적힌 인사말처럼-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마을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전시를 꾸준히 열어 주민들을 초대하고 있다. 전시가 없는 날에도 아이들이 찾아와 놀이터처럼 이용한다고 한다. 정신없을 때가 많지만 이 또한 마을의 일부이기에 편하게 받아들인다.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한다’는 마인드가 마을살이를 하는 데 있어서 큰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 보였다.

벽돌을 쌓아 직접 바(Bar)를 만들고 수도관을 넣어 부엌을 완성하고 천장을 붙이며 정성어린 공간을 만들었지만 그들의 활동은 공간 내에 머물지 않았다. 2013년엔 아이들과 캠프를 떠나 <꿈 찾아 떠나는 우주별 여행>이라는 ‘꿈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2014년엔 하이서울페스티벌에 참가해 <골목드레싱>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시민들이 보내준 100점의 작품을 전시했던 <골목드레싱>에는 그들의 모토가 잘 녹아 있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되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익숙한 공간에 말랑말랑한 상상력을 입혀 단조로운 일상을 재미있게 바꿔보세요!’

결코 흔하지는 않지만 마을에 꼭 필요했던 동네형들이 수유동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음이 아플 때 술로 모든 것을 잊게 만들기보다는 예술 작품으로 공감을 얻게 해주었고, 딱딱했던 일상을 말랑말랑한 상상력으로 녹여 주변사람들과 쉽게 어울리게 해주었다. 이제 그들의 활동목록에 수유동 주민 모두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예술은 어떤 대단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니까!





글과 사진_마을로청년활동가 안중훈

기사원문 http://gov.seoul.go.kr/archives/66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