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리 모두는 삶의 예술가”…일상을 나누며 ‘우리’를 깨닫는다

[HERI-서울연구원 공동기획] ‘We Change’ ②

문화예술커뮤니티 ‘동네형들’ 박도빈 대표 맘껏 뛰놀고 즐기며 일상의 유쾌한 반란 꿈꿔 ‘청춘약국’·‘냥냥파티’ 등 다양한 프로젝트 선봬 “우리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운동 해 나갈 것”

문화예술커뮤니티 ‘동네형들’의 박도빈 대표는 “지역을 변화시키려고, 청년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작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과하지도, 무료하지도 않은 적당한 일상’.서울 강북구 수유동 2층짜리 건물(2층) 사무실 흰 벽면에 붙어있는 글귀가 방문객의 눈길을 맨 처음 잡아 끈다. 이 동네를 주무대 삼아 활동하는 문화예술커뮤니티 ‘동네형들’이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알리는 내용이다. ‘마음의 움직임과 손의 힘’이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목공과 요리, 악기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이런 일상을 꿈꾸며 가꿔가는 동네형들이라니.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박도빈(37) 대표는 동네형들을 간략히 소개해달라는 주문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청년들이 모여 동네 문화예술을 누리면서도 먹고 살 수 있을지를 실험하는 단체”라고 웃으며 되받았다.동네형들의 출발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안산 원곡동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국경 없는 마을’ 활동을 하다 의기투합한 몇몇이 멀리 서울 동북쪽 끝자락의 수유동으로 터전을 옮겨왔다. 딱히 원래부터 이 지역에 기반이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인근에 이미 마을공동체가 탄탄하게 형성돼 있었던 데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임대료가 제일 싼 동네를 찾으려 했다”는 게 이유다.1인 가구 마을밥상 ‘추리닝 브런치’박 대표를 비롯해 함께 활동하는 친구들은 모두 10분 거리에 혼자 산다. “모두들 일상적 결핍들을 느껴요.” 박 대표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 대책은? 공동주거 등 ‘함께 사는 것’에서 해법을 찾으려 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동네형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같이 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각자의 공간과 시간을 원할 수도 있잖아요.” ‘따로 살 되, 그외의 것을 함께 하자’는 게 이들이 찾은 최선의 대안이었다. 사무실 한켠에 큼지막한 주방을 따로 만들어 수시로 함께 밥을 나눠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학조미료에 알러지가 있는 주방장님 덕분에 마을밥상 ‘추리닝 브런치’에서는 생산자한테서 직접 구입한 재료를 사용해 건강한 요리법을 배우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마을밥상 ‘추리닝 브런치’에 모인 1인 가구 청년들. 동네형들 제공

하필 왜 문화예술을 들고 나왔을까?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차라리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솔직한 고백부터 불쑥 꺼냈다. 처음부터 문화예술을 스스로 즐기고 감상하는 경험을 빼앗아간 게 아니냐면서. “음악도 미술도 마찬가지죠. 그저 노래 잘 하는 친구들, 그림 잘 그리는 친구들의 시간 아니었나요.” 일방적인 소비자 혹은 수용자? 동네형들에겐 결코 올바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문화예술 감상법일 뿐이다. 대신 간결한 한 문장에 이들의 지향점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우리 모두는 예술가다’.자유로이 뛰놀고 즐기며 일상의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풀어나가려는 젊은이들. 동네형들이 그간 진행한 수많은 프로젝트엔 오롯이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청춘들을 위한 자양강장 워크숍 ‘청춘약국’,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다니고 싶지 않은 10대 후반 청소년들 혹은 대학 아닌 곳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20대 초반 청년들을 위한 ‘슬리퍼 예술학교’ 뿐 아니라 ‘냥냥파티‘, ‘목장갑들의 7가지 프로젝트’ 등 발칙한 상상력이 어우러진 다양한 사례들이 줄을 잇는다.‘세입자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대부분은 평생 내 집을 가지지 못하고 생의 대부분을 세입자로 살지 않을까요?” 세입자로서 행복하게 살기를 모토로 내세운 이 프로젝트는 유독 인기를 끌었다. 1인 세입자로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존법뿐 아니라 세입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 교육 등 내용도 알찼다.동네형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뭘까? “지역을 변화시키려고, 청년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한때 국제교류단체와 환경단체 등에 몸담았던 박 대표는 선을 그었다. 그가 일상의 고민 해결에 무게를 두는 이유가 궁금했다. “일상을 살아가기도 벅찬 청년들이에요. 공감받고 응원 받아본 경험도 거의 없는 세대죠.” 사정이 이런데도 대의와 당위부터 들이대는 건 잔인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턱대고 참여와 연대를 윽박지르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다. “일상적 고민을 유쾌하게 나누다 보면 ‘아,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구나’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죠. 그게 첫걸음일 거에요.”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권 라이브러리’ 현장. 동네형들 제공

“사회적기업도 협동조합도 ‘우리 길’ 아냐”동네형들이 민간 비영리단체를 굳이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대표는 사회적기업도, 협동조합도 자신들이 걸어가려는 길과는 ‘다른 길’이라 못박았다. 후원이나 멤버쉽 방식을 지향하는 대신 고생스럽더라도 독자 생존을 위해 힘쓰는 데서도 동네형들의 고집이 묻어나온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성공이랄 수 있다. 각종 공모전에 참여하거나 이런저런 사업을 벌여 거둬들인 수익으로 60평짜리 사무실 월 임대료 170만 원과 상근 직원 5명의 급여를 그럭저럭 감당해내니 말이다.동네형들. 얼핏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이나 결정적인 순간에 일꾼과 해결사 노릇을 하는 친근만 이미지를 주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자유로이 뛰놀면서 ‘같이의 가치’를 되살리는 일상의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이들은 당당하게 외친다. “올해도 문 닫지 않고 잘 버텨 보겠습니다.” ‘82년생’ 박도빈도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122.html#csidx1f83e1be975df2a9c38ea5c7b5573b4


글·사진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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