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Topclass_놀아본 형들, 꿈꾸는 형들이 모였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삼각산 재미난 마을)에 가면 공터가 있다. ‘껄렁껄렁한’ 형들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곳의 형들은 꿈을 꾸며 재밌는 문화를 만든다. 공간의 이름은 ‘동네공터’고, 그들은 ‘동네형들’로 불린다. 문화예술 커뮤니티 ‘동네형들’에 다녀왔다.

왼쪽부터 박도빈 공동대표, 박가을 코디네이터, 심은선 공동대표, 김도림 코디네이터, 이인혁 공동대표, 김지원 디자이너,

홍연서 코디네이터.

‘동네형들’은 문화예술 활동으로 일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 2012년 세워진 비영리 단체다. “‘동네형들’은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에요.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심은선) 세 명의 디렉터들은 안산의 국경 없는 마을에서 만났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준비하던 중 서로 공통의 고민이 있음을 알았다.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공간이 필요해 자비로 ‘동네공터’를 얻었다. “서울 같지 않다고 할까요? 이사 후 이웃의 관심이 조금 당황스러웠죠. 재미난 마을은 시골 느낌도 나고 따뜻한 동네예요.”(심은선) “저희는 이사온 이주민들이에요. 동네로 들어오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한량 같은’ 형·누나가 되고 싶었어요. 마을에서는 일꾼이 되고요. 이곳에서는 주민들과 많은 것을 함께 해요. 김장하고 반찬을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고 강의를 하고 전시를 하면서 논답니다.”(박도빈) 골목 드레싱의 세 가지 맛

그동안 ‘동네형들’이 선보인 프로젝트의 포스터들.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와 골목을 바꾸고 싶어 ‘골목 드레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을에 알록달록 옷을 입히는 골목 드레싱은 하이서울페스티벌 공식 초청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골목이 삭막해 보였어요. 작은 것부터 시작했죠. 골목에 나 있는 구멍에 귀여운 쥐를 그리면 쥐구멍이 되는 식이에요. 공터 주변에서 시작한 작업이 이제 지역 축제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어요.”(이인혁) “드레싱에는 세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음식에 맛을 내는 소스예요. 각자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골목에 뿌리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옷 입기, 복장이에요. 예쁜 시트지를 이용해서 골목에 색을 입히죠. 마지막은 상처 위에 붕대를 덮는 드레싱의 의미입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회복했으면 좋겠어요.”(박도빈) 이 프로젝트는 즐기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지 못해도 상관없다. 원하는 동작을 취하면 시트지 뒷면에 사진이 인쇄되어 나온다. 오려서 벽에 붙이면 완성이다. 누구나 기대 이상의 작품을 만든다.

골목 드레싱을 통해 달라진 길거리.

‘동네형들’의 예술 활동은 배달도 가능하다. 이름하여 ‘예술 철가방’. 활동가들이 농어촌 소재 학교들을 방문해 교육을 진행한다. “농어촌 지역 중엔 문화예술을 경험하기 힘든 곳이 많아요. 그래서 철가방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렸죠. 어디든 찾아가니까요. 아이들을 예술가로 만들어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몸으로 표현하고, 벽화를 만든답니다.”(박도빈) 직접 들고 간다는 철가방을 보여줬다. 가방 속에는 벽화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 자장면 그릇에 담긴 채 랩으로 감겨 있었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형들이다. “농어촌 지역 아이들은 도심 아이들과 달랐어요. 다르다는 것을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여요. 적은 인원이 오랜 시간 같이 살다 보니 배려심도 컸고요. 작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은 경쟁하기보다는 함께 하려고 했어요.”(심은선)

길고양이 커뮤니티 묘묘의 급식소.

길고양이 커뮤니티 ‘묘묘’도 인상적이다.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던 심은선 디렉터의 작은 행동은 곧 급식소 설치로 이어졌다. 주민들의 참여가 늘면서 이제는 급식소 운영도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삼각산 재미난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십시일반 용돈을 모아 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 “뚱뚱한 길고양이들이 많은데 잘 먹어서 살찐 게 아니에요. 사람 음식을 먹어서 몸이 부은 거랍니다. 고양이는 신장이 약한 동물이거든요. 사료를 꾸준히 먹이자 (고양이) 얼굴이 작아졌어요. 뿌듯합니다.”(심은선) “마을의 구성원은 규정되지 않았어요. 함께 살아간다는 고민을 했을 때, 그 대상에는 모든 생명이 포함된다고 생각해요.”(박도빈) 묘묘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영화 〈고양이 키스〉를 보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이기도 한 임순례 영화감독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한 동네 만들기

하이서울페스티벌에 초청된 골목 드레싱 프로젝트.

부귀영화관, 청년 약국, 방구석 갤러리, 건어물 할로윈…. ‘동네형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늘 새롭다. 오늘도 그들은 도란도란 마주 앉아 꿈을 꾼다. “활동에는 정해진 게 없어요.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없기 때문이죠. 함께 상상하고 살을 덧붙이는 작업은 즐거워요. 많은 사람이 기억하길 바라고, 계속해서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 겁니다.”(심은선) 단체의 운영에서는 마냥 즐거울 수 없다. 매달 ‘동네공터’엔 ‘태풍’(월세 내는 날)이 몰아친다고 한다. “대부분의 비영리 단체들처럼 자금상 어려움은 항상 고민이죠. 자유롭고 싶어 공간을 만들었지만 늘 자유로울 수는 없더라고요. ‘동네형들’은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는 단체가 아니에요. 후원단체와도 뜻이 맞아야 사업을 진행합니다. 운영을 위해서 억지로 하는 활동은 앞으로도 지양해야죠.”(박도빈)

농어촌 지역 아이들이 꾸민 학교 복도와 예술 철가방.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위해 그들은 ‘예술’을 선택했다. 그리고 쉽고, 재미있고, 함께 하기를 바란다. 모두를 위한 예술이다. “인간은 누구나 표현의 욕구가 있잖아요. 그 욕구를 쉽게 표현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했죠. 마을 주민들과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매일 보던 이웃들이 무대에 오르니 다들 ‘나도 한번 해볼까?’ 하더라고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면 예술은 분명 편해질 거예요.”(심은선) 공터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문을 두드릴 작은 용기가 있다면 예술가의 자격은 충분하다. “저희는 사회복지단체가 아니에요. 사회에 헌신하기보다는 나와 이웃이 행복할 수 있도록 움직이는 거죠. 모자람과 갈증이 있으면 좋겠고, 이를 고민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거예요.”(박도빈)

글 : 이상범 / 사진 : 김선아

기사 원문보기 :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tnu=201507100011&catecod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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